강운
- 작가소개
- 입주 기간
- 2022년 09 월16일 ~ 2023년 03 월15일
- 이메일
- kangun1203@hanmail.net
작가 약력
1990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 주요 개인전
2022 <운운하다>, 전남도립미술관, 광양
2016 <Play : Pray>,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2 <물, 공기, 그리고 꿈>, 포스코 미술관, 서울
외 24회
■ 주요 그룹전
2021 제13회 광주비엔날레, 5.18 40주년 특별전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 구 국군 광주병원, 광주
2020 <ONE INSPIRATION>, 와지엔키 왕궁박물관, 바르샤바, 폴란드
2019 <DMZ>, 문화역 서울 284 , 서울
2009 제4회 프라하 비엔날레 <회화의 확장>, 프라하, 체코
2005 <침묵의 우아함>, 모리미술관, 일본
2000 제3회 광주비엔날레 <人+ 間전>, 광주
외 420여회
■ 레지던시
2004-2005 제1기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 스튜디오
2001-2003 제2기 광주시립미술관 팔각정 창작 스튜디오
1999-2000 제2기 쌈지 스튜디오
■ 수상 및 선정
1999 광주예술문화 신인상, 광주예총, 광주
작품 정보
파랑
강운
재현을 떠나 추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물때에 따라 열렸다 닫히는 장도의 20평 남짓 되는 작업장에서 온종일 하얀 화선지 위에 섬을 호명하며 일획을 긋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여정은 매일 쓰는 그림일기처럼 날씨와 마음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일획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마치 물질에서 에너지로, 에너지에서 물질로 부유하는 그 모습이 내가 있는 섬과 같다.
어떤 리얼리즘은 바다보다 깊은 곳에 있다. 장도에서 보는 바다색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말 못 할 반려기억을 불러낸다. 우린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하거나 혹은 마음에 안 든다는 갖가지 이유로 여전히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받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그토록 미워해도 결국 저 작은 ‘마음’ 위에 같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섬사람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지만 동시에 고립의 공포와 희망이 공존한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사람이든 섬이든 우리는 모두 말할 수 없는 사연과 흔적들을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섬의 이름으로 나를 부를 때 그림은 삶의 깨진 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자 치유의 색이 된다. 파랑의 일획에 섬들을 호명하며 존재 이유로 담고, 만 획을 통해 깨지기 쉬운 인간의 마음을 위로해보자.
나는 눈과 마음으로 색을 깨운다. 날씨와 지나온 기억, 감정, 소망을 불어넣으면 비로소 파랑이 깨어난다. 수십 번 붓질하다 보면 파랑은 두꺼워진다. 나는 무의식 저편 파랑을 기다리는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낮과 밤, 빛과 어둠이 만나는 순간 파랑은 예민해졌다가 점차 평온해지며 점점 깊어진다.
하얀 종이와 캔버스는 나의 심장과도 같다. 하늘 위와 바다 아래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중요한 그릇이다. 나는 업보로부터 긍휼함을 얻기 위해 종이에 일획을 긋고, 캔버스에 글을 쓰고 지우며 치유의 색을 만든다.
색은 또 다른 색과 어울릴 때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모른다. 세상의 모든 색을 보고 싶다. 그런 눈을, 그런 마음이 열리기를 바라며 종이와 캔버스에 수십 번 색을 바꾸고 어둠 속으로 잦아들면 그제야 나의 마음속 색이 깨어난다. 복잡한 마음을 깨트려 파랑을 찾는 게 내 일이다.
세상의 색들은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아름다울까? 우리는 파란 하늘과 바다 사이의 땅 위에 살고 있다. 그렇게 우리들은 항상 파랑에 둘러싸여 살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파랑을 무심코 지나칠 때가 많다. 우리가 사는 것도 똑같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들은 대부분 당연하게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귀한 존재다.
구원, 그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이제 날개를 펼 때다. 생애 절반을 기다린 눈부신 파랑이 깨어난다. 어쩌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마음으로 보는 파랑이 더 찬란할지 모른다.
작품 영상
작품 사진